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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좀비 인생 벗어나기 : 디지털 미니멀리즘 책리뷰

 

 

 

'내가 마지막으로 제대로 몰입해 본 적이 언제지?'

 

 


 어느날 스마트폰을 하다가 든 생각이다.

 스마트폰을 할 때는 많은 경우에 몰입을 하고 있지 않다. 목적 없이, 계획 없이, 체계 없이 이것 저것 정보의 자극을 느끼러 돌아다니는 행위를 하고 있다. 대학교 1학년 말쯤이 몰입하며 산 마지막 시기였던 듯 하다. 이 때는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카톡으로 연락 주고 받고,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의 지도를 맘대로 펴 보는 데 활용하는, 그야말로 '기술 비서'였다. 이 땐, 내가 주인이고 고용주이고 사장이었다. 하지만 어느시기부터, 공부를 하려했는데 휴대폰을 하고 있고, 과외를 해주려고 하는데 휴대폰을 하고 있고, 자려고 했는데 휴대폰을 하고 있었다. 이 땐, 내가 하인이고 고용인이고 직원이었다. 삶의 주도권은 휴대폰이 갖고 있었고, 나는 해야할 일을 미룬 채 휴대폰의 지시대로 하루를 살아갔다. 그런데, 어느날 주인이었던 하인은 갑자기 '시간'이 많아졌고 하루에 10시간이 넘는 휴대폰의 지시에 지쳐갔다. 이상함을 그제야 느끼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하다. 왜... 누가 주인이지?'

 

출처 : twitter, 1boon


그 때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만났다.

 


 책은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로 우리가 원했던 적 없는 것임과 동시에 통제력을 잃게 만들기 때문이라 말하고 있다. '실리콘 밸리는 앱이 아닌 사람들을 프로그래밍합니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기업들은 오랫동안 자신들의 기술을 활용하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돈을 버니까요.' 이 기술들은 두가지 측면에서 중독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다. '간헐적 정적 강화'와 '사회적 인정 욕구'이다. '예상치 못한 보상'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이 강렬한 자극은 끊임없이 이 기술을 사용하도록 자극한다. 이 것은 설계단계에서부터 철저히 계산된 것이다.

 


 이 책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으로 '기술 활용 철학'을 말한다. 이는 어떤 디지털 기술을, 어떤 이유로, 어떤 제약과 방식으로 우리의 삶으로 받아 들일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필자는 한 가지 대안으로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제안하는 것이며 이 철학은 '신중하게 선택한 소수의 최적화된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모든 활동은 기꺼이 내려놓는 기술철학'이라 정의한다. 즉,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뒷받침 하는 '최고'의 수단인지를 따져보고 선택하며, 그렇지 않은 것들은 '약간'의 잠재력이 있다고 한들 기꺼이 내려놓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유투브를 '어제보다 더 나은 나 자신'을 중요한 가치로 삼고 이를 뒷받침하는 '전문가, 유명한 사람들의 조언을 다양한 시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최고의 도구'라고 한다면 유투브를 이 철학에 따라 받아들인다. 

 


 다만, 이 철학을 깨트리는 일이 유투브를 사용함으로써 나타난다면(가령, 계획하지 않았던 재미있는 영상들을 보느라 계획했던 일들을 못하고 미루게 되는 일이 반복 된다.) 유투브라는 기술활용에 제약이 필요하다. 그것이 시간이든, 채널 컨텐츠를 거르는 기술이든, 내가 이 기술을 사용할 때 스스로 정하는 규칙(예> 시청하거나 검색할 목록을 정하고 그것들을 찾으면 종료하고 나오기)이든 이 사용 방법에 따라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디지털 미니멀리즘은 다음과 같은 원칙을 공유한다. 


 1. 잡다함은 대가를 수반한다.
 2. 최적화는 중요하다.
 3. 계획성은 만족감을 안긴다.
 


 이 책의 묘미는 구체적이고 전략적인 실천 지침인데 디지털 좀비에 가까운 내가 볼 땐 너무 빡세긴 하다... 먼저, 30일간 디지털 기기와의 고립기간을 갖고 그 후 철저하고 계획적인 기술 도입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바로 위에 언급한 원칙에 따라서 말이다. 이 고립기간 동안 우리가 얼마나 '고독 결핍'을 앓고 있었나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고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히려 우리는 새로 생긴 이 시간들을 의미있게 보내야 한다. 많이 걷고, 휴대폰은 집에 두고 나가고, 뭔가 의미있는 것을 만들거나 모임 활동을 하거나 상대방과 게임을 하는 등의 양질의 여가 활동을 하는 것 등이다. 이 때도 실천 지침은 있다. 손으로 뭔가를 만들고, 저급한 여가는 정해놓은 시간에만 하며 양질의 여가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에 따라 행동하여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비로소 실현하는 것이다.

 


 바야흐로 '어그로 경제' 시대이다. 더 어그로를 잘 끄는 기술일 수록 돈을 잘 벌고 더 그 영향력은 거대해진다. 우리는 주의를 빼앗기는 기술들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져야 한다. 작업을 할 때 방해가 되는 프로그램들은 차단 되어 있어야 하며, 그런 프로그램들이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알림을 꺼야 하고, 그 프로그램들을 습관적으로 접속하게 하는 스마트폰을 우리 가까이에 두는 시간을 줄여야 하고, 우리가 소비하게 되는 미디어도 '슬로우 미디어'로 의도적으로 바꾸려고 해야한다.(패스트 푸드 시대로 접어들면서 슬로우 푸드 운동이 벌어지는 것과 맥락이 같다.) 이것은 '거대한 싸움'이 될 것이며 대단히 힘들고 도중 이탈하는 일들이 일어 날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민중들이 거대한 국가 권력 앞에 포기 하지 않고 싸우면 결국 이겨낼 수 있다는 걸 보지 않았는가.

 


국가보다 더욱 거대한 존재일지 모른다.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한다. 동학디미운동 화이팅!